2012년 7월 20일 금요일

니덜도 디카 마스터, 촬영편 1 - 피사체 고립시키기

만사가 외롭다.


파란 하늘 아래 저 멀리 산 능선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시선을 가까이 가져와 보면 5층 건물과 전봇대, 그리고 눈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는 동료, 발 아래서 뿍뿍뿍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어딘가에서 나타나 어딘가로 사라지는 고양이와 생쥐도 보인다. 이러한 복잡 다단한 배경의 한 구석 틈새에 내가 서 있다. 능선은 평화롭고, 전선은 나른하게 늘어져 있고, 사람들은 친절하며, 고양이는 주도면밀하다.


관심을 가지고 둘러 보고 공감을 시도해 보지만, 그래 봤자 타자과 객체에 대한 자신의 일방적 감상의 나열에 불과하다. 서로가 서로를 둘러 싸고 있으되 실은 모두가 고립되어 있다.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고양이 이마의 부스럼을 긁어줄 때 잠시나마 교감의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 봐야 찰나에 불과할 뿐이다. 





사방으로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불시착한 조종사가 문득 커다란 외로움을 느꼈다고 진술한다면 그것은 배고픔이나 고단함으로 인한 착각일 공산이 높다. 아니면 아마도 구조된 이후 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잠시 잊고 있던 외로움이 해일과 같이 밀려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시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은 관계에 얽혀 외로워하던 자신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는 있을지언정, 복잡한 관계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더 외로워지거나 하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실은 그 반대다. 복작복작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더욱 외로운 거다. 

혹시 딴지 해킹 이전, 거창한 마빡 디자인과 함께 등장한 너부리 편집장의 '외로움 극복의 서'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예고편인지 1회인지만을 게재한 이래, 2년째 후속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어, 연재물 게재 선언 이후 잠적하는 모든 필진들의 귀감이자 정신적 버팀목이 되고 있는, 기념비적 기사 되겠다. 연재 지연의 변명을 재차 구구절절 늘어놓아야 하는 부담에 더더욱 글 쓰기를 주저하고 있던 필자 역시, 그 기사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의 부담이 눈 녹듯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더 흘려보낼 수 있었다는 점, 이 지면을 빌어 편집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그 기사에서 너부리 편집장은 호기롭게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뒤비기 시작하더니 기사 말미에 뜬금없이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던져놓고 냅다 내팽겨쳐버렸다. 이는 마치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준다더니 '남/북반구 밀 경작 면적 변화 추이' 얘길 꺼내놓고 입을 닫아버리는 만행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지속적인 외로움은 생명력을 좀먹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이 극복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금 슬프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외로움은 그저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직립 보행이라는 - 나는 것도, 기는 것도 아닌 애매한 - 습성을 익힌 이래, 인류는 수없이 자빠지고 뒤비지며 무르팍과 뒤통수와 코뼈가 작살나 왔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위험천만한 걸음마 연습 기회를 차단하고 평생 안전한 보행기에 안전벨트 채워서 키우려는 부모는 없다. 외로움 역시 마찬가지다. 내 눈에 타인이 인식되기에, 그 틈에 고립된 나도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그냥 보이는 거다. 애써 눈 감고 무시할 필요도 없고, 여전히 '남'임에도 어거지로 교감했다고 퉁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간극의 거리를 직시하여,  고립된 자신의 상태에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는 없다. 고립을 받아들이면 독립할 수 있고, 독립한 개체는 비로소 서로 기댈 수 있게 된다.





본 촬영편에서 필자가 가장 먼저 알려줄 방법이 바로 '고립'이다. 이름이 있고 특정할 수 있는 피사체와 마땅히 부를 이름조차 없지만 어쨌거나 내 시선에 꽂힌 피사체, 복잡한 배경에 둘러싸여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그 피사체를 배경으로부터 (거의) 완전하게 고립시켜 촬영하는 것. 그것이 촬영편에서 가장 먼저 시작할 내용인 것이다. 계속 얘기해왔다시피 사진은 잘라내기고 빼기가 핵심이다. 찍으려고 하는 주제 한가지 외의 모든 요소가 다 없어져 버린 상태가 바로 '고립'이다. 그러니 외로움에 지친 이들이여, 사진을 찍어라.


1. 프레임에 가득 차게 찍기


2. 희거나 검은 단순한 배경을 이용하기


3. 넓은 조리개 치수를 이용하여 배경 흐리기



* 예고했던 스타일 보정편은 건너 뛰었다. 간간히 박스 처리해서 알려 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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