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5일 토요일

둥실둥실

세 개의 작은 팜트리 섬이 다리로 연결된 리조트. 수심이 키 높이 정도로 일정해 거대한 풀장을 연상시킨다. - 몰디브 팜트리섬 2004.3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의 배경이 된 와디럼 붉은 사막. 몇 개의 모래 언덕이 붉은 벽돌을 갈아 놓은 듯한 빨간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 요르단 와디럼 2003.12

칠레 산뻬드로에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을 가는 투어 중에 만나는 하양, 초록, 빨강 삼색 호수 중의 하나. 광물질과 미생물 때문에 호수 바닥이 붉은 색이다. - 칠레 산뻬드로 데 아따까마 2003.7

고도 삼천미터의 안데스 고원에 전라북도 크기의 거대한 소금 사막이 펼져진다. 지형이 융기되기 전에는 이스라엘의 사해와 같은 염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 볼리비아 우유니 2003.7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눈처럼 하얀 모래밭에 잡초가 무성히 돋아났다. 브라질 남부의 한 섬에서 발견한 해변 -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 2003.11

산 뻬드로에서 엘 따시오 화산지대를 다녀오는 투어 도중 들르는 버려진 마을의 교회. 지금은 라마 목동들과 여행자들만이 가끔 들르는 버려진 마을이다. - 칠레 산뻬드로 데 아따까마2003.7

세계의 불가사의를 소개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이스터 섬의 거석상 모아이. 거대한 석상을 옮길만한 자원도 인력도 부족한 작은 화산섬이지만, 섬 곳곳에 돌하루방의 수십배 크기의 석상들이 서 있다. - 칠레 이스터 섬 2003.6

헬싱키에서 북극권 마을로 기차이동을 하는 도중에 정차한 작은 역. 오전 아홉시가 넘었음에도 아직 해는 뜨지 않고, 목재를 수송하기 위한 차량들이 눈에 덮여 짧은 낮을 기다리고 있다. - 핀란드 북부 2004.2

아르헨티나 남부의 거대한 모레노 빙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그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 아르헨티나 깔라파떼 2003.10



북소리가 심장을 곧바로 울려버리듯이, 망막을 통과하지 않고 뒤통수를 관통해버릴 듯한 장면이 있다. 순도의 극한, 위대한 비밀, 압도하는 대자연... 인간의 언어로 형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지루한 것일 터, 애매한 대명사와 모호한 비유들을 주섬주섬 끌어모아 설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오전 열시가 되어서야 동이 터 오는 북유럽의 얼어붙은 기차역에, 반경 삼천킬로미터 안에 홀로 떠 있는 화산섬에, 조금만 더 고도가 높으면 완전히 까매질 것만 같은, 안데스 고원 사막의 군청색 하늘 아래, 바로 그것이 있다. 나는 그것에 압도된다, 사로잡혀버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우습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분을 '둥실둥실'이라 불렀다.
"여행 하면서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
"얼토당토 않고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 앞에서 괜히 기분이 둥실둥실 해지는 거요"

밤샘 작업을 하다 문득 동창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 때 담배를 한 대 물고 밖으로 나서본다. 도시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밤새 골목길을 밝히던 가로등불도 이제 가물가물 사그라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공업 표준 색상표에도,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의 색상 피커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조용한 푸른색이 가슴 한 켠에 잠깐 녹아든다.
'그래, 이런 기분이었지, 뭔가 둥실둥실 하는...'

(코스모폴리탄 2005.7.)

댓글 3개:

  1. 사진들이 새롭고 좋다. 사람들에겐 자기 삶의 경계가 있는 것 같아. 추억하기 시작하는 삶. 그게 어떤 삶일까?

    답글삭제
  2. 애기낳기전에 더 여행다닐 것을. 이 세상엔 볼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답글삭제
  3. 사진이 너무 좋아여~ 색 정말 죽인다~ ^^

    어제 술도 한잔 몬하고.. 넘 슬퍼.. 흑...

    답글삭제